2023-07-26 | 비 오는 날 굴 먹기
article written on 2023-07-26
요즘 장마가 한창이다. 특히 주말마다 비가 내리고 해서 주말마다 밖에 나가서 놀기가 애매하다. 집도 습해서 에어컨을 항상 틀어 놓는데, 그래도 뭔가 부족하다. 집에서 공부가 잘 안 되면 날씨 탓을 하게 된다. 모기가 나와도 날씨 탓, 기부니 안 좋아도 날씨 탓, 주식이 떨어져도 날씨 탓을 하게 된다. 이러던 와중 이번 주말에는 어디라도 나가서 놀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. 이에 따라 인천 소래포구의 한 호텔을 예약해 놓고 낮에 놀 곳을 찾아 오이도로 향했다. 지하철을 2시간이나 탔는데 쾌적해서 괜찮았다. 오이도역에서 택시를 타고 11,000원 정도의 거리를 더 가야 오이도 부둣가에 도착할 수 있다.
오이도 근처도 많이 발달하고 있는 것 같았다. 깨끗한 아파트 단지도 몇 개 들어선 것 같았다. 오이도에 온 것은 오랜만이었다. 한 6년만? 그간 거리도 더 깨끗해지고 뭔가 전체적으로 분위기 자체가 클린해진 느낌이 들었다. 다만 상점들이 호객행위를 하고 간판들이 전부 다닥다닥 지저분하게 붙어있고, 과도하게 불빛과 네온 사인으로 장식해 놓은 디자인은 그닥 바뀌지 않은 것 같았다. 게다가 이 날은 비가 와서 그런지 거리에도 사람이 거의 없었다.
배고파서 점심을 먹으러 갔다. 칼국수를 먹을까 하다가 그래도 오이도에서 조개구이 한 번 먹어보고 싶어서 조개구이 집을 갔다. 예전에 친구와 월미도에서 먹어본 이후로 처음이니, 상당히 오랜만이었다. 비가 오는 날이라 가게 안에도 손님이 거의 없었다. 조개구이는 2명에 6만원 정도 했는데, 월미도 가격이라 비슷했던 것 같다. 게다가 연탄을 갖고 굽고, 사장님과 직원분이 직접 구워주셨다. 손님이 없어서 나름 행운이었다.
조개들이 맛있게 구워져서 잘 먹었다. 소스는 간장과 초장이었는데, 서브웨이처럼 더 다양한 소스를 조금씩 진열한다면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. 석화도 구워주셨는데, 그게 뭐냐고 질문했더니 굴이라고 말해주셨다. 원래 여름은 철이 아니라 알이 작을 수도 있다고 했으나, 나중에 까 보니 알이 통통하게 있었다. 다양한 조개들이 나와서 이게 정말 다 서해 바다에서 잡히는 것인지 여쭤봤다. 내가 예전에 갯벌에 갔을 땐 이런 조개는 못 봤기 때문이다. 그러자 사장님은 "서해에서도 오고, 중국에서도 오고, 동해에서도 온다"고 하셨다. 한 마디로 조개는 어차피 사서 만드신다는 것이다. 약간은 실망했으나 이해도 되었다. 맛만 있으면 되지 뭐.
석화는 구울 때 탁 탁 튀어 오르고는 재가 떨어졌다. 껍데기가 석회질?로 되어 있어서 그렇다나. 아무튼 달걀 폭탄이 터지는 느낌이었다. 석화를 구울 때는 조심해야 한다. 석화 구이는 음식을 먹었다기 보다 한껏 액티비티를 즐기고 온 느낌이 들었다. 비 오는 날 해산물, 특히 굴은 조심해야 한다고 들어서 나중에 배가 아프지 않을까 걱정되었다. 그래서 이런 때엔 완전히 익혀서 먹는게 좋은 것 같다. (나중에 다행이 아프진 않았다.)
외로운 갈매기 형님
오이도의 거리. 거리 자체는 깨끗한 편이고 중간에 벤치도 있어서 좋았다. 하지만 건물들과 간판이 멋이 없고 도로가 상당히 좁은 것 같다. 또한 호객 행위가 강하진 않지만 있긴 했어서, "바닷가 한 번 보고 조개구이나 칼국수를 먹는다"는 옛~날부터 존재하는 패러다임에서 좀 더 발전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.
오이도 앞 갯벌. 몇 천 원을 내면 조개잡이 체험도 가능한 듯 하다.
저녁에는 호텔에 가서 놀았다. 호텔 지붕에 수영장과 바가 있었는데, 수영장에서 온수가 나와서 수영하기가 좋았다. 비가 와도 사람들이 수영장에서 놀았다. 소래포구 쪽도 많이 발전한 것 같아서 왠지 뿌듯했다. 인천이 점점 더 발전하는 것 같다.
음식도 맛있었다. 가격도 착한 편이었는데 가령 파스타가 14000원 정도였다. 사실 하와이를 다녀온 이후로는 한국의 물가가 아주 저렴해 보이는 착시 효과가 있다. 끝.